지금까지는 방정식을 받으면 곧바로 풀었습니다. 그런데 풀기 전에 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해가 정말 있는가, 그리고 하나뿐인가? 수치 해법은 언제나 숫자를 내놓지만, 해가 없거나 여러 개인 문제에서는 그 숫자가 아무 뜻이 없습니다. 이 장의 앞부분은 이 질문에 답하는 존재·유일성 정리와 그 증명의 엔진인 피카르 반복, 그리고 정리의 조건이 깨질 때 일어나는 일(해가 갈라지거나 유한 시간에 폭발)을 봅니다. 뒷부분은 해를 구하지 않고도 해의 운명을 읽는 방법입니다. 오른쪽이 y에만 달린 자율 방정식 y′=f(y)는 직선 하나 위의 화살표, 위상선으로 모든 해를 요약할 수 있고, 평형점의 안정성은 f′의 부호 하나로 정해집니다. 매개변수가 바뀌면 평형점이 갑자기 사라지는 분기가 일어나는데, 이것이 어장이 무너지는 방식이자 생물학적 스위치가 동작하는 방식입니다.
피카르–린델뢰프 정리의 조건(연속성, 립시츠 조건)과 보장 구간 h=min(a,b/M)을 설명한다.
초기값 문제를 적분 방정식으로 바꾸고, 피카르 반복으로 근사해를 만들어 수렴을 확인한다.
y′=y와 물 새는 양동이에서 유일성이 깨지는 이유를 립시츠 조건으로 설명한다.
y′=y2의 유한 시간 폭발을 계산하고, 선형 방정식과 대비한다.
자율 방정식의 위상선을 그리고, 평형점을 f′(y∗)의 부호로 안정·불안정·반안정으로 분류한다.
수확이 있는 로지스틱 모델에서 안장–마디 분기와 최대 지속 생산량 rK/4를 유도한다.
쌍안정 시스템이 펄스 입력으로 상태를 바꾸는 스위치(기억 소자)로 동작함을 이해한다.
이 수식이 없었다면어획 한도와 생물학적 스위치
물고기 개체 수를 로지스틱 모델로 보면, 매년 일정량 h를 잡는 어장은 y′=ry(1−y/K)−h를 따릅니다. 이 방정식의 해를 손으로 구하지 않아도 위상선 하나로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어획량을 조금씩 늘리면 개체 수는 조금씩 줄다가, 어느 임계값 rK/4를 넘는 순간 평형점 자체가 사라져 개체군이 0으로 무너집니다. 어획량을 임계값 바로 아래로 되돌려도 이미 줄어든 개체군은 회복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1992년 캐나다 정부가 뉴펀들랜드 연안의 북대서양 대구 어업을 중단(모라토리엄)한 뒤에도 자원이 오랫동안 회복되지 않은 사례는, 실제 원인이 이 단순한 모델보다 훨씬 복잡하더라도, "평형점이 사라지는 문턱"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로 자주 거론됩니다.
같은 수학이 반대 방향으로도 쓰입니다. 평형점 두 개가 공존하는 쌍안정 시스템은 짧은 자극으로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넘어가 그대로 머무르므로 1비트를 기억합니다. 2000년 가드너(T. S. Gardner), 캔터(C. R. Cantor), 콜린스(J. J. Collins)는 서로를 억제하는 두 유전자로 대장균 안에 이런 유전자 토글 스위치를 만들었다고 보고했습니다.
y′=∣y∣, y(0)=0을 RK4로 풀면 컴퓨터는 y≡0을 내놓습니다. 그런데 y=t2/4도 이 초기값 문제의 해입니다(대입해 보세요: y′=t/2=t2/4). 어느 쪽이 "진짜" 해일까요? 물리 모델이라면 이 질문은 "이 시스템의 미래가 현재로 결정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수치 해를 믿으려면 먼저 해가 하나뿐임을 알아야 합니다.
초기값 문제 y′=f(t,y), y(t0)=y0을 생각합니다. 먼저 존재는 놀랍도록 약한 조건으로 보장됩니다.
정리 4.1 (페아노 존재 정리)f가 (t0,y0)를 포함하는 직사각형에서 연속이면, t0를 포함하는 어떤 구간에서 초기값 문제의 해가 적어도 하나 존재한다.
연속성만으로는 유일성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위의 ∣y∣가 바로 그런 예입니다. 유일성을 위해서는 f가 y 방향으로 "너무 가파르게" 변하지 않아야 합니다.
정의 4.1 (립시츠 조건) 영역 R의 모든 (t,y1), (t,y2)에 대해
∣f(t,y1)−f(t,y2)∣≤L∣y1−y2∣
인 상수 L이 있으면 f가 R에서 y에 대해 립시츠 조건(Lipschitz condition)을 만족한다고 한다. ∂f/∂y가 R(볼록 영역)에서 연속이고 ∣∂f/∂y∣≤L이면 평균값 정리로 립시츠 조건이 성립한다.
정리 4.2 (피카르–린델뢰프 존재·유일성 정리) 직사각형 R={∣t−t0∣≤a,∣y−y0∣≤b}에서 f가 연속이고 y에 대해 립시츠 조건을 만족한다고 하자(예: f와 ∂f/∂y가 R에서 연속). M=maxR∣f∣이라 하면 구간
∣t−t0∣≤h,h=min(a,Mb)
에서 초기값 문제의 해가 정확히 하나 존재한다.
보장 구간 h의 뜻은 그림 4-1이 보여 줍니다. 해의 기울기는 R 안에서 ∣y′∣≤M이므로, 해곡선은 (t0,y0)에서 기울기 ±M인 두 직선이 만드는 쐐기 안에 갇힙니다. 쐐기가 직사각형의 위아래 변(∣y−y0∣=b)에 닿기 전까지, 즉 ∣t−t0∣≤b/M까지는 해가 R을 벗어나지 않으므로 f에 대한 가정이 계속 유효합니다. 이것은 국소적 정리입니다. 해가 더 멀리까지 존재할 수도 있지만 정리는 거기까지만 약속합니다.
그림 4-1. 정리 4.2의 보장 구간. 그림은 b/M<a인 경우다. 해곡선(청록)은 기울기 ±M의 쐐기를 벗어날 수 없다.
예제 4.1 (보장 구간은 보수적이다)y′=y2, y(0)=1에 정리 4.2를 적용하라.
f=y2, ∂f/∂y=2y는 어디서나 연속이므로 어떤 직사각형에서도 조건을 만족한다. a는 아무리 커도 된다.
R에서 M=maxy2=(1+b)2. 따라서 h=min(a,(1+b)2b).
b/(1+b)2는 b=1에서 최대 1/4. 정리가 보장하는 것은 ∣t∣≤1/4뿐이다.
실제 해 y=1/(1−t)는 t<1에서 존재한다(4절). 정리는 1/4만 약속했지만 해는 그보다 오래 산다. 그리고 t=1에서는 정말로 끝난다.
유일성의 기하적 의미는 단순합니다. 두 해곡선은 교차하거나 접할 수 없습니다. 만약 두 해가 한 점에서 만나면, 그 점을 초기값으로 하는 문제의 해가 두 개가 되기 때문입니다. 1장에서 방향장 위에 그린 해곡선들이 서로 겹치지 않았던 것은 이 정리 덕분입니다. 선형 방정식은 이보다 강해서, 계수가 연속인 구간 전체에서 해가 존재하고 유일합니다(3장 정리 3.1).
피카르 반복: 해를 한 겹씩 다듬기
정리 4.2의 증명은 해를 직접 만들어 보입니다. 첫걸음은 미분방정식을 적분 방정식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미적분의 기본 정리로
y′=f(t,y),y(t0)=y0⟺y(t)=y0+∫t0tf(s,y(s))ds.
오른쪽의 y는 모르는 함수이므로 아직 풀이가 아니다. 하지만 오른쪽에 "대충 맞는" y를 넣으면 "조금 더 맞는" y가 나온다.
정의 4.2 (피카르 반복)y0(t)≡y0에서 시작해
yn+1(t)=y0+∫t0tf(s,yn(s))ds,n=0,1,2,…
로 함수열을 만드는 것을 피카르 반복(Picard iteration) 또는 축차 근사라 한다.
이것을 되풀이하면 ∣yn+1−yn∣≤(n+1)!MLn∣t−t0∣n+1이고, 오른쪽은 eL∣t−t0∣의 테일러 급수 항이라 합이 수렴합니다. 그래서 yn은 어떤 함수 y로 고르게 수렴하고, 그 극한이 적분 방정식을 만족합니다. 유일성도 같은 부등식에서 나옵니다. 두 해의 차 w=∣y−z∣가 w≤L∫w를 만족하면 w≡0이어야 합니다(그뢴월 부등식). 핵심은 언제나 립시츠 상수 L이 오차의 증폭을 제한한다는 것입니다.
귀납적으로 yn=∑k=0nk!tk. 이것은 et의 테일러 다항식이다(CalculusBook 테일러). 반복 한 번에 항 하나씩 맞춰진다.
예제 4.3y′=2t(1+y), y(0)=0의 피카르 반복 세 번을 구하고 정확한 해와 비교하라.
y1=∫0t2sds=t2. y2=∫0t2s(1+s2)ds=t2+2t4.
y3=∫0t2s(1+s2+2s4)ds=t2+2t4+6t6.
정확한 해는 변수분리로 ln(1+y)=t2, y=et2−1=t2+2!t4+3!t6+⋯. t=1에서 y3=1.6667, 정확한 값 e−1=1.7183.
피카르 반복은 실제 계산법으로는 느립니다(적분을 반복해야 하고, 비선형이면 식이 금방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해가 존재한다"는 것을 구성적으로 보여 주고, 근사가 t0 근처부터 점점 넓게 맞아 들어가는 모습은 국소 존재 정리의 뜻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SIMULATOR
피카르 반복: yn이 한 겹씩 해에 붙는다
y′ = y, y(0) = 1
yn(T)—
참값 y(T)—
최대 오차—
오차 < 0.01인 구간—
해볼 것: ① n을 하나씩 올리며 근사(주황)가 t = 0 근처부터 점점 넓게 참값(점선)에 붙는 것을 보세요. '오차 < 0.01인 구간'이 넓어집니다. ② y′ = y에서 yn은 eᵗ의 테일러 다항식입니다. ③ y′ = 1 + y²은 해(tan t)가 t = π/2에서 폭발합니다. T = 1.2까지는 수렴하지만 반복마다 다항식의 차수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납니다. 모델: 각 반복의 적분은 800칸 사다리꼴로 계산합니다.
유일성이 깨질 때: √y와 물 새는 양동이
f(y)=y(y≥0)는 연속이지만 y=0에서 립시츠가 아닙니다. y−0y−0=y1→∞이므로 어떤 상수 L로도 막을 수 없습니다. 기울기 f는 0 근처에서 무한히 가파르게 커집니다. 그 결과 해가 y=0에 "머물다가 아무 때나 떠날" 수 있습니다.
예제 4.4 (해의 다발)y′=y, y(0)=0의 해를 모두 구하라.
y≡0은 해다.
y>0인 곳에서 변수분리: y−1/2dy=dt, 2y=t−c, y=4(t−c)2 (t≥c).
이어 붙이기: 임의의 c≥0에 대해 yc(t)=0 (t≤c), 4(t−c)2 (t>c)는 t=c에서 값과 도함수(0)가 이어지므로 해다.
따라서 해가 무수히 많다. 초기 상태가 미래를 결정하지 못한다. 정리 4.2의 조건이 실패하는 곳(y=0)에서 정확히 유일성이 깨진다.
여기서 y=0이 아닌 점, 예를 들어 y(0)=1에서 출발하면 ∂f/∂y=2y1가 그 근처에서 연속이므로 해는 유일합니다. 문제는 오직 립시츠 조건이 깨지는 y=0뿐입니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출발 시각 c를 끌어 보면, 모든 곡선이 같은 초기값을 가지면서도 서로 다른 미래로 갈라집니다. 같은 실험을 립시츠인 f=y로 하면 0에서 떠나는 해는 없습니다.
SIMULATOR
같은 초기값, 다른 미래: y′ = √y의 해 다발
점 c를 끌어 '떠나는 시각' 바꾸기
오른쪽 f(y)
출발 시각 c—
y(5)—
∂f/∂y (y → 0)—
해볼 것: ① 점 c를 0에서 4까지 끌어 보세요. 주황 곡선은 c까지 0에 머물다 포물선으로 떠나고, 모두 y(0) = 0을 만족합니다. ② 'RK4'를 켜면 y(0) = 0에서 출발한 수치 해는 0에 머물고, 10−6만 더하면 c ≈ 0인 해를 따라갑니다. 수치 해는 해 하나를 '고를' 뿐입니다. ③ f = y로 바꾸면 0에서 출발한 해는 0뿐이고, 10−6에서 출발해도 t ≈ 14까지 거의 0입니다. 모델: y′ = √max(y, 0).
물 새는 양동이: 과거는 결정되지 않는다
양동이는 언제 비었나
바닥에 구멍이 난 양동이가 빈 채로 놓여 있습니다. 이 양동이가 언제 비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토리첼리 법칙(2장)에 따르면 수위 h는 h′=−kh를 따릅니다. 미래로는 문제없이 풀리지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h=0에서 유일성이 깨집니다.
h>0이면 2h=2h0−kt, 즉 h=h0−2kt이므로 양동이는 유한 시각 T=2h0/k에 비고, 그 뒤로는 h≡0입니다. 이것은 지수 감쇠와 다릅니다. 지수 함수 e−t는 결코 0이 되지 않지만, h 법칙은 립시츠가 아니라서 유한 시간에 정확히 0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대가로 h=0인 상태에서는 "언제 비었는가"라는 과거를 복원할 수 없습니다.
예제 4.5k=0.2(단위 m/s)일 때 처음 수위 1 m, 0.64 m, 0.25 m인 세 양동이가 비는 시각을 구하라.
T=2h0/k=10h0. 각각 T=10, 8, 5 s.
t=12 s에 세 양동이는 모두 h=0으로 같은 상태다. 지금 상태만으로는 각각 T=10,8,5 중 어느 것이었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비어 있었는지 구별할 수 없다.
수학적으로: 시각 12에서 h=0을 초기값으로 거꾸로 풀면, T≤12인 모든 T에 대해 h(t)=4k2(T−t)2(t≤T)가 해다.
SIMULATOR
물 새는 양동이: 비고 나면 과거를 모른다
양동이 세 개
수위 h(t) [m]
해볼 것: ① ▶로 재생해 세 양동이가 5, 8, 10초에 차례로 비는 것을 보세요. 수위는 지수 함수처럼 꼬리를 끌지 않고 정확히 0에 닿습니다. ② t > 10에서 '가능한 과거'를 켜면 지금 상태 h = 0으로 끝나는 해곡선이 무수히 그려집니다. ③ 반대로 t < 5에서는 각 양동이의 과거와 미래가 유일합니다(h > 0에서는 립시츠). 모델: h′ = −0.2√h, 수직 원통 양동이.
유한 시간 폭발
매끄러운 방정식의 해가 사라진다
y′=y2는 f도 ∂f/∂y도 어디서나 연속인,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방정식입니다. 그런데 y(0)=1에서 출발한 해는 t=1에서 무한대가 됩니다. 정리 4.2가 "국소적"이라고 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변수분리로 −1/y=t−1/y0, 즉
y(t)=1−y0ty0,T∗=y01(y0>0).
t→T∗−이면 y→∞. 해는 (−∞,T∗)에서만 정의된다. 초기값이 클수록 일찍 폭발한다.
왜 폭발할까요? 선형 성장 y′=y에서는 크기가 두 배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 ln2로 같습니다. 그런데 y′=y2에서는 y가 클수록 상대 성장률 y′/y=y도 커져서, 두 배가 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집니다. 1에서 2까지 1/2, 2에서 4까지 1/4, 4에서 8까지 1/8 … 이 시간들의 합이 1/2+1/4+⋯=1로 유한합니다. 무한히 많은 배가가 유한 시간 안에 끝나는 것입니다.
정리 4.3 (최대 존재 구간)f와 ∂f/∂y가 평면 전체에서 연속이면 초기값 문제의 해는 최대 구간 (T−,T+)까지 유일하게 연장된다. T+<∞이면 t→T+일 때 반드시 ∣y(t)∣→∞이다. 즉 해가 끝나는 이유는 폭발뿐이다.
거듭제곱 y′=yp(y0>0)로 일반화하면 y1−p=y01−p−(p−1)t이므로 p>1이면 폭발 시각 T∗=p−1y01−p이 있고, p≤1이면 폭발하지 않습니다. 선형보다 빨리 자라는 피드백은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교훈입니다. 엄밀히는 ∫∞dy/f(y)<∞이면 폭발합니다.
예제 4.6 다음 해의 폭발 시각을 구하라. (가) y′=1+y2, y(0)=0. (나) y′=y3, y(0)=1.
(가) arctany=t, y=tant. t=π/2≈1.571에서 폭발. 일반적으로 y(0)=y0이면 T∗=π/2−arctany0. 이 방정식은 y=0에서도 기울기 1을 가져 결코 쉬지 않는다.
폭발은 모델이 끝나는 신호 실제 물리량은 무한대가 되지 않습니다. y′=y2 꼴의 폭발이 나오면 "그 시각 근처에서 모델이 무시한 효과(포화, 자원 고갈, 상변화)가 반드시 중요해진다"고 읽어야 합니다. 또 수치 해법은 폭발 시각을 지나도 계속 숫자를 내놓거나 오버플로로 멈출 뿐, "해가 여기서 끝났다"고 알려 주지 않습니다.
SIMULATOR
폭발 시각 T*는 초기값에 어떻게 달려 있나
해 y(t) (점 = RK4)
폭발 시각 T* vs y₀
폭발 시각 T*—
y(T*/2)—
y = 10이 되는 시각—
해볼 것: ① y′ = y²에서 y₀를 1에서 2로 올리면 T*가 1에서 0.5로 반이 됩니다(T* = 1/y₀). ② y′ = y³은 더 빨리 폭발합니다(T* = 1/(2y₀²)). ③ '선형'을 고르면 T*가 없습니다. y = 10에 닿는 시각은 있어도 해는 영원히 존재합니다. 모델: 정확한 해를 실선으로, RK4(T*의 95%까지)를 점으로 그렸습니다.
자율 방정식과 위상선
해를 구하지 않고 해의 운명 알기
y′=−y(y−1)(y−2)를 변수분리로 풀면 부분 분수와 로그가 얽힌 음함수가 나오고, 그것으로는 "y(0)=1.3이면 결국 어디로 가는가" 같은 질문에 답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오른쪽 f(y)의 부호만 보면 답이 바로 나옵니다. 1<y<2에서 f>0이므로 y는 증가하고, 2를 넘을 수 없으므로 2로 다가갑니다.
정의 4.3 (자율 방정식, 평형점, 위상선) 오른쪽이 t를 직접 포함하지 않는 y′=f(y)를 자율 방정식(autonomous equation)이라 한다. f(y∗)=0인 y∗를 평형점(equilibrium point)이라 하고, 이때 상수 함수 y≡y∗는 해(평형해)다. y축 위에 평형점을 찍고, f>0인 구간에 위쪽(증가), f<0인 구간에 아래쪽(감소) 화살표를 그린 그림을 위상선(phase line)이라 한다.
정리 4.4 (자율 방정식의 해의 성질)f가 연속 미분 가능하면
시간 이동: y(t)가 해이면 y(t−c)도 해다. 그래서 해곡선들은 서로 가로로 평행 이동한 모양이다.
단조성: 평형해가 아닌 해는 평형점을 지나지 못하므로(유일성) f의 부호가 일정한 구간에 머물고, 그래서 엄격히 증가하거나 감소한다. 진동할 수 없다.
운명: 유계인 해는 t→∞에서 평형점으로 수렴한다. 유계가 아니면 ±∞로 간다(유한 시간에 폭발할 수도 있다).
증명(1).z(t)=y(t−c)이면 z′(t)=y′(t−c)=f(y(t−c))=f(z(t)). f가 t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성립한다. (3) 단조 유계 수열처럼 극한 L이 있고, y′=f(y)→f(L)이 0이 아니면 y가 유계일 수 없으므로 f(L)=0. ∎
1차원 자율 방정식의 해는 진동도, 혼돈도 할 수 없습니다. 위상선 위의 점은 화살표를 따라 한 방향으로만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동이 나타나려면 2차원(12장), 혼돈이 나타나려면 3차원(13장)이 필요합니다.
해곡선의 오목성도 f에서 바로 읽힙니다. 연쇄 법칙으로 y′′=f′(y)y′=f′(y)f(y)이므로, f의 극값(f′=0)에 해당하는 y에서 해곡선이 변곡합니다. 로지스틱 방정식 y′=ry(1−y/K)에서 f는 y=K/2에서 최대이므로, S자 곡선은 정확히 수용력의 절반에서 꺾입니다.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개체 수이기도 합니다(7절에서 중요해집니다).
그림 4-2. 위상선 만드는 법. ① f(y)의 그래프에서 0점(평형점)과 부호를 읽고, ② y축에 화살표를 그리고, ③ 해곡선은 화살표를 따라 단조롭게 평형점으로 다가가거나 멀어진다. 채운 점은 안정, 빈 점은 불안정.
SIMULATOR
위상선과 해곡선 동기화: f(y)의 부호가 운명을 정한다
f(y)와 위상선(가로축 = y)
해곡선: 클릭해 추가
해볼 것: ① 오른쪽 그림 아무 곳이나 클릭해 해를 놓아 보세요. 해곡선은 평형선(점선)을 넘지 못하고 화살표 방향으로만 갑니다. ② '앨리 효과'에서 0.3 아래로 출발한 개체군은 멸종(0)하고, 위에서 출발하면 1로 회복합니다. 0.3은 문턱입니다. ③ '(y − 1)²'의 y = 1은 아래에서는 끌어당기고 위에서는 밀어내는 반안정점입니다. 변곡선을 켜면 S자 곡선이 꺾이는 높이가 f의 극값 위치와 같습니다. 모델: RK4, 해곡선은 클릭한 점에서 앞뒤로 적분.
평형점의 안정성: f′의 부호 하나로
평형점 근처에서 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공학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작은 교란을 받은 시스템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가, 아니면 멀어지는가?
정의 4.4 (안정성) 평형점 y∗ 근처에서 출발한 모든 해가 t→∞에서 y∗로 수렴하면 y∗를 점근 안정(asymptotically stable), 근처에서 출발한 해 중 멀어지는 것이 있으면 불안정(unstable)이라 한다. 한쪽에서는 다가오고 다른 쪽에서는 멀어지면 반안정(semistable)이라 한다.
위상선에서는 화살표가 양쪽에서 들어오면 안정, 양쪽으로 나가면 불안정입니다. 이것을 계산으로 바꾸는 것이 선형화입니다. y=y∗+δ로 두고 테일러 전개하면 f(y∗+δ)=f(y∗)+f′(y∗)δ+O(δ2)=f′(y∗)δ+O(δ2)이므로, 작은 교란 δ는
δ′≈f′(y∗)δ⟹δ(t)≈δ0ef′(y∗)t
교란은 지수적으로 줄거나 는다. 비율은 λ=f′(y∗), 시상수는 1/∣λ∣. 선형 방정식(3장)의 e−pt가 여기서 다시 나온다.
정리 4.5 (선형화 판정)f가 연속 미분 가능하고 f(y∗)=0일 때
f′(y∗)<0이면 y∗는 점근 안정이다.
f′(y∗)>0이면 y∗는 불안정이다.
f′(y∗)=0이면 판정할 수 없다. 고차 항이 결정한다.
증명.f′(y∗)<0이면 f′의 연속성으로 y∗ 근처에서 f′<0이고, 그래서 f는 감소 함수다. f(y∗)=0이므로 y∗ 바로 위에서 f<0, 바로 아래에서 f>0: 위상선 화살표가 양쪽에서 y∗를 향한다. 둘째도 같다. ∎
f(y)
y∗=0에서 f′
위상선
판정
−y3
0
→ ● ←
안정 (느리게)
y3
0
← ○ →
불안정
y2
0
→ ◐ →
반안정
표의 세 경우가 f′(y∗)=0일 때 판정이 불가능한 이유입니다. f′이 0이어도 안정, 불안정, 반안정이 모두 가능합니다. 또 f′=0이면 수렴이 지수적이 아니라 대수적으로 느려집니다. y′=−y3의 해는 y=y0/1+2y02t∼1/2t로, e−t보다 훨씬 천천히 0으로 갑니다.
예제 4.7 (평형점 세 개)y′=−y(y−1)(y−2)의 평형점을 분류하고, y(0)=1.3인 해의 극한을 구하라.
y(0)=1.3은 불안정점 1과 안정점 2 사이이고 f(1.3)=−1.3(0.3)(−0.7)=0.273>0이므로 증가하며 2로 간다. 1 바로 아래에서 출발하면 0으로 간다. 불안정점 1이 두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다.
안정점 근처의 교란은 시상수 1/∣f′∣=0.5로 사라진다.
이처럼 안정 평형점 두 개 사이에 불안정 평형점이 끼어 있는 구조를 쌍안정(bistable)이라 합니다. 각 안정점으로 끌려가는 초기값의 집합을 그 점의 끌림 영역(basin of attraction)이라 하고, 불안정점이 끌림 영역의 경계가 됩니다. 8절에서 이 구조가 스위치가 됩니다.
수확이 있는 로지스틱과 안장–마디 분기
한 해에 얼마까지 잡아도 되는가
내재 성장률 r=0.5/년, 수용력 K=1000톤인 어장이 있습니다. 매년 일정량 h톤을 잡습니다(쿼터제). h=80이면 개체군은 어디에 자리 잡고, h를 얼마까지 올릴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의 답은 해의 공식이 아니라 평형점의 개수가 바뀌는 순간에 있습니다.
h<hc: 평형점 두 개. 포물선의 꼭대기가 0 위에 있으므로 큰 쪽 y+∗에서 f′<0(안정), 작은 쪽 y−∗에서 f′>0(불안정). y−∗는 "이보다 적으면 멸종"하는 문턱이다.
h=hc: 두 평형점이 K/2에서 합쳐져 하나(반안정)가 된다.
h>hc: 평형점이 없다. f<0이 어디서나 성립해, 어떤 초기 개체 수에서도 개체군이 유한 시간에 0이 된다.
hc=rK/4는 f가 최대인 y=K/2에서의 성장률 r(K/2)(1/2)이고, 지속적으로 거둘 수 있는 최대 수확량이라 최대 지속 생산량(maximum sustainable yield, MSY)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MSY에서 운영하는 것은 칼날 위에 서는 일입니다. 평형점이 반안정이라 아래로 조금만 교란되어도 붕괴로 이어집니다.
예제 4.8 (어장 관리)r=0.5, K=1000일 때 (가) h=80의 평형점, (나) hc, (다) h=130이면 처음 y=K였던 개체군이 무너지는 시간을 구하라.
(다) 평형점이 없으므로 결국 붕괴한다. 수치 적분으로 y=1000에서 0까지 약 54.9년. 쿼터를 hc보다 4%만 넘겼는데도 붕괴하며, 다만 매우 느리다. 평형점이 사라진 자리(y≈K/2) 근처에서 f가 0에 가까워 해가 오래 머물기 때문이다(h=150이면 20.6년).
(다)의 느린 붕괴는 위험합니다. 개체군이 수십 년 동안 서서히 줄어 "안정된 것처럼" 보이다가 갑자기 급락하기 때문입니다. 사라진 평형점이 남긴 이 느린 구간을 분기의 유령이라 부르고, 통과 시간은 h−hc가 작을수록 1/h−hc에 비례해 길어집니다.
정의 4.5 (안장–마디 분기) 매개변수 μ가 변할 때 평형점 두 개(안정 하나, 불안정 하나)가 다가와 합쳐진 뒤 사라지는 현상을 안장–마디 분기(saddle-node bifurcation)라 한다. 가장 간단한 꼴(정규형)은
y′=μ−y2:μ>0이면y∗=±μ,μ=0이면y∗=0,μ<0이면평형점없음.
평형점의 위치를 매개변수에 대해 그린 그림을 분기도(bifurcation diagram)라 한다.
수확 모델을 y=K/2+u로 옮기면 u′=(rK/4−h)−Kru2로, 정확히 정규형입니다(μ∝hc−h). 분기의 전체 목록(갈퀴, 횡단, 호프)과 이력 현상은 13장에서 다룹니다.
쿼터 대신 노력량으로 일정량이 아니라 개체 수에 비례해 잡으면(h=Ey, 어선 수를 고정) y′=ry(1−y/K)−Ey이고 평형점은 y∗=K(1−E/r), 수확량은 EK(1−E/r)입니다. E=r/2에서 최대 rK/4로 MSY는 같지만, E<r이면 평형점이 언제나 안정이고 갑작스러운 붕괴가 없습니다. 같은 최대 수확량이라도 규칙의 형태가 안정성을 바꿉니다.
SIMULATOR
어획량 h를 올리면: 위상선 · 분기도 · 개체 수
f(y) = ry(1 − y/K) − h
분기도: 평형점 vs h
개체 수 y(t), 80년
수확 방식
안정 y*₊—
문턱 y*₋—
hc = rK/4125
80년 뒤 / 붕괴—
해볼 것: ① h를 0에서 125로 천천히 올리며 분기도의 두 가지(실선 안정, 점선 불안정)가 다가와 합쳐지는 것을 보세요. ② h = 126~130에서 y(t)는 수십 년 K/2 근처에서 머뭇거리다 무너집니다(유령). ③ h = 80, y₀를 200 아래로 내리면 평형점이 있는데도 멸종합니다(문턱 아래). ④ '노력량'으로 바꾸면 같은 h(평형 수확량 비교용)에서도 붕괴가 없습니다. 모델: r = 0.5/년, K = 1000톤, RK4, y = 0에서 멸종으로 멈춤.
쌍안정 스위치: 1비트를 기억하는 방정식
짧은 자극을 오래 기억하려면
세포는 짧은 신호(호르몬 펄스)를 받고 분화를 시작하면, 신호가 사라진 뒤에도 그 결정을 유지합니다. 전자 회로의 래치도 짧은 펄스로 상태를 바꾸고 유지합니다. 1차 선형 시스템(3장)은 입력이 사라지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므로 이런 기억을 할 수 없습니다. 기억에는 안정 평형점이 둘 필요합니다.
상태가 −1에 있을 때 입력 s를 주면 f(y)=y−y3+s의 그래프가 위로 올라갑니다. 3차 함수의 극솟값은 y=−1/3에서 −332+s이므로, s가
sc=332≈0.385
를 넘으면 "꺼짐" 평형점이 문턱과 합쳐져 안장–마디 분기로 사라지고, 상태는 +1 근처의 유일한 평형점으로 넘어갑니다. 그 뒤 입력을 0으로 되돌려도 상태는 +1에 머뭅니다. 끄려면 s<−sc인 음의 펄스가 필요합니다. 상태가 입력의 과거에 따라 달라지는 이 현상이 이력 현상(hysteresis)이고, 비교기에 되먹임을 건 슈미트 트리거가 잡음 속에서도 깨끗하게 스위칭하는 원리와 같습니다.
펄스는 충분히 크고 길어야 합니다. s>sc인 펄스라도 너무 짧으면 상태가 문턱(가운데 불안정점) 근처까지만 갔다가, 펄스가 끝난 뒤 원래 쪽으로 미끄러져 돌아옵니다. 펄스가 끝나는 순간 상태가 문턱을 넘어 있느냐가 기준입니다. 수치로 확인하면 A=0.8인 펄스는 길이가 약 1.9, A=0.5이면 약 5 이상이어야 스위칭됩니다. 문턱 sc 바로 위의 펄스는 사라진 평형점의 유령 근처에서 오래 머물기 때문입니다(7절). 반대로 s<sc이면 아무리 오래 눌러도 스위칭되지 않고, 다만 평형점이 조금 이동할 뿐입니다.
SIMULATOR
쌍안정 스위치: 펄스로 켜고 끄기
y(t) (주황) · 입력 s(t) (청록)
f(y) = y − y³ + s, 지금 상태 ●
상태 y—
입력 s—
안정 평형점 수—
기억—
해볼 것: ① A = 0.8, 길이 3으로 '켜기'를 누르면 상태가 −1에서 +1로 넘어가 펄스가 끝난 뒤에도 머뭅니다. ② A를 0.35로 줄이면(< 0.385) 아무리 길게 눌러도 넘어가지 않습니다. ③ A = 0.8, 길이 1이면 너무 짧아 문턱을 넘지 못하고 되돌아옵니다(A = 0.8에는 약 1.9, A = 0.5에는 약 5가 필요). ④ 바이어스 s₀를 ±0.385 너머로 밀면 평형점 하나가 사라져 스위치가 한쪽으로 '고정'됩니다. 모델: y′ = y − y³ + s(t), 시간 2배속, 잡음은 σ = 0.25의 백색 잡음.
이 도구가 쓰이는 곳
존재·유일성 정리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믿어도 되는가"의 수학적 근거이고, 위상선과 분기는 "매개변수를 바꾸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해를 풀지 않고 답하는 도구입니다.
열 폭주: 사라지는 평형점 리튬 이온 전지나 발열 반응기에서 온도 T는 CT′=Q(T)−k(T−Ta)를 따릅니다. 발열 Q(T)는 아레니우스 법칙으로 온도에 대해 지수적으로 늘고, 냉각은 선형입니다. 주변 온도 Ta가 낮으면 발열 곡선과 냉각 직선이 교차해 안정 평형점(정상 운전 온도)이 있지만, Ta가 오르거나 냉각 k가 나빠지면 두 곡선이 접했다가 떨어지며 평형점이 사라집니다. 7절과 같은 안장–마디 분기이고, 그 뒤 온도는 걷잡을 수 없이 오릅니다. 반응기 안전 설계에서 "임계 조건"을 계산하는 기본 아이디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