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미분방정식은 모두 한 순간에서 출발했습니다. 처음 위치와 처음 속도를 주면 해가 하나로 정해지고, 우리는 그 해를 시간을 따라 그려 나갔습니다. 그런데 기타 줄은 양 끝이 묶여 있고, 기둥은 바닥과 천장에 고정되어 있으며, 막대의 온도는 양 끝에서 정해집니다. 조건이 두 지점에 나뉘어 있는 이런 문제를 경계값 문제라고 합니다. 경계값 문제는 해가 없을 수도, 무수히 많을 수도 있고, 바로 그 "해가 생기는 특별한 값"이 줄의 음높이와 기둥이 무너지는 하중을 정합니다. 이 장은 그 특별한 값(고유값)과 짝을 이루는 함수(고유함수)를 찾고, 고유함수들이 서로 직교한다는 사실에서 임의의 함수를 사인과 코사인으로 쪼개는 푸리에 급수를 얻습니다. 다음 장의 편미분방정식은 모두 이 도구 위에 서 있습니다.
초기값 문제와 경계값 문제의 차이를 설명하고, 경계값 문제의 해가 없거나 무수히 많은 경우를 구별한다.
슈팅 방법으로 경계값 문제를 초기값 문제의 근 찾기로 바꾸어 푼다.
고유값 문제 y′′+λy=0을 여러 경계 조건에서 풀고, 기둥의 오일러 좌굴 하중을 유도한다.
수렴 정리, 기브스 현상, 파세발 등식을 설명하고, 강제 경계값 문제를 고유함수 전개로 푼다.
이 수식이 없었다면가늘고 높은 기둥
굵은 돌기둥은 짓눌려 부서질 때까지 버팁니다. 그러나 가늘고 긴 철 기둥은 재료가 버틸 수 있는 응력에 한참 못 미치는 하중에서 갑자기 옆으로 휘며 무너집니다. 이 현상이 좌굴입니다. 좌굴 하중은 재료의 강도가 아니라 경계값 문제가 0이 아닌 해를 갖기 시작하는 하중, 즉 고유값으로 정해집니다. 오일러(Leonhard Euler)는 18세기에 탄성 곡선을 연구하며 이 하중이 π2EI/L2임을 보였습니다.
같은 수학은 기타 줄이 내는 음의 높이, 원자 안 전자의 에너지 준위, 막대가 식는 속도도 정합니다. 그리고 고유함수가 서로 직교한다는 성질 덕분에, 아무리 복잡한 초기 모양도 고유함수의 합으로 쪼개 각 성분을 따로 다룰 수 있습니다. 19세기 초 푸리에(Joseph Fourier)가 열 전도를 풀며 이 방법을 체계화했습니다.
양 끝 조건→특별한 λ에서만 해→고유값 · 직교 고유함수→좌굴 하중 · 음높이 · 푸리에 급수
초기값 대 경계값: 해가 없거나 무수히 많을 때
목표에 떨어지는 포물선
대포를 쏠 때 포수가 정하는 것은 처음 높이와 처음 속도입니다. 이것은 초기값 문제입니다. 하지만 포수가 실제로 원하는 것은 "300 m 앞의 목표에 떨어지는" 궤적, 즉 출발점과 도착점이 정해진 궤적입니다. 처음 기울기는 모르고, 대신 끝에서의 값을 압니다. 이런 문제도 늘 해가 하나일까요?
2계 방정식 y′′=f(x,y,y′)에 대해 조건 두 개를 한 점에서 주면 초기값 문제, 두 점에서 나누어 주면 경계값 문제입니다.
정의 15.1 (2점 경계값 문제) 구간 [a,b]에서 2계 방정식 y′′=f(x,y,y′)와 양 끝의 조건
α1y(a)+β1y′(a)=γ1,α2y(b)+β2y′(b)=γ2
를 함께 푸는 문제를 2점 경계값 문제라 한다. β=0이면 값을 주는 디리클레 조건(Dirichlet), α=0이면 기울기를 주는 노이만 조건(Neumann), 둘 다 0이 아니면 로뱅 조건(Robin)이라 한다. γ1=γ2=0이고 방정식이 선형 동차이면 동차 경계값 문제다.
4장의 존재·유일성 정리(피카르–린델뢰프)는 초기값 문제에만 해당합니다. 경계값 문제에서는 아주 단순한 방정식에서도 세 가지가 모두 일어납니다.
예제 15.1 (같은 방정식, 세 가지 운명)y′′+y=0의 일반해는 y=c1cosx+c2sinx이다. 왼쪽 조건 y(0)=0에서 c1=0, 즉 y=c2sinx.
y(π/2)=1: c2=1. 해가 하나, y=sinx.
y(π)=1: c2sinπ=0=1. c2를 어떻게 골라도 맞지 않는다. 해가 없다.
y(π)=0: c2sinπ=0은 모든 c2에서 성립한다. 해가 무수히 많다, y=csinx.
(나)와 (다)의 차이는 오른쪽 값뿐이다. 구간의 길이가 마침 π라서 동차 문제(오른쪽 값 0)가 0이 아닌 해 sinx를 가지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다.
이 관찰은 선형 경계값 문제 전체에 대한 정리로 바뀝니다. 증명은 일반해 y=yp+c1y1+c2y2를 두 경계 조건에 넣으면 c1,c2에 대한 2×2 연립 방정식이 된다는 데서 바로 나옵니다. 계수 행렬이 가역이면 해가 하나이고, 특이하면 해가 없거나 무수히 많습니다. 행렬이 특이하다는 것은 곧 동차 문제가 자명하지 않은 해를 가진다는 뜻입니다.
정리 15.2 (선형 경계값 문제의 양자택일)p,q,g가 [a,b]에서 연속일 때 y′′+p(x)y′+q(x)y=g(x)와 위의 경계 조건에 대해 다음 중 정확히 하나가 성립한다.
대응하는 동차 문제(g=0, γ1=γ2=0)의 해가 y≡0뿐이다. 그러면 모든 g,γ1,γ2에 대해 해가 꼭 하나 있다.
동차 문제가 0이 아닌 해를 가진다. 그러면 비동차 문제는 해가 없거나 무수히 많다.
손으로 풀 수 없는 경계값 문제는 어떻게 풀까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포수처럼 하는 것입니다. 처음 기울기 s를 하나 골라 초기값 문제로 쏘고(5장의 RK4), 도착점에서 얼마나 빗나갔는지 F(s)=y(b;s)−B를 잽니다. 그러면 경계값 문제는 한 변수 방정식 F(s)=0의 근 찾기가 되고, 할선법으로 s를 고쳐 나가면 됩니다. 이것이 슈팅 방법(shooting method)입니다.
sk+1=sk−F(sk)F(sk)−F(sk−1)sk−sk−1
선형 방정식이면 F(s)가 s의 1차 함수이므로 할선법이 한 번에 정확히 맞춘다. 비선형이면 F가 굽어 있어 몇 번 반복해야 하고, 근이 여럿일 수도 있다.
y=4/(1+x)2을 넣어 본다. y′′=24/(1+x)4이고 23y2=23⋅16/(1+x)4=24/(1+x)4. 경계값도 y(0)=4, y(1)=1로 맞다. 이 해의 처음 기울기는 y′(0)=−8.
슈팅 함수 F(s)를 RK4로 그려 보면 s=−8 말고도 s≈−35.86에서 한 번 더 0을 지난다. 이 두 번째 해는 처음에 가파르게 내려가 음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y(1)=1에 닿는다.
선형 문제의 양자택일(정리 15.2)은 비선형 문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비선형 경계값 문제는 해가 둘일 수도 있다.
SIMULATOR
슈팅 방법: 처음 기울기를 골라 목표에 맞히기
y(x; s): 쏜 궤적과 목표점
빗나간 정도 F(s) = y(b; s) − B
s = y′(a)—
y(b; s)—
F(s)—
할선법 반복—
해볼 것: ① 첫 문제에서 ▶ 할선법을 누르면 한 번 만에 s = 1/sin 2 ≈ 1.0998에 맞습니다. F(s)가 직선이기 때문입니다. ② 두 번째 문제는 모든 궤적이 x = π에서 0으로 모입니다. F(s)가 −1인 수평선이라 근이 없습니다. ③ 비선형 문제에서 s를 −20 근처에서 시작하면 −8로, −30 근처에서 시작하면 −35.86으로 수렴합니다. 모델: 각 궤적은 RK4(400걸음)로 적분합니다.
고유값 문제 y″ + λy = 0
줄은 어떤 모양으로만 떨 수 있는가
길이 L인 줄의 양 끝이 묶여 있습니다. 줄이 한 모양을 유지한 채 크기만 진동하려면, 그 모양 y(x)는 y′′=−λy(휨의 정도가 변위에 비례)와 y(0)=y(L)=0을 만족해야 합니다(16장에서 유도). λ는 진동수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그런데 예제 15.1에서 보았듯이 이 동차 문제는 대부분의 λ에서 y≡0밖에 해가 없습니다. 어떤 λ에서 줄이 실제로 떨 수 있을까요?
정의 15.3 (고유값과 고유함수) 매개변수 λ를 포함한 동차 경계값 문제가 y≡0인 해를 가지는 λ를 고유값, 그때의 해 y를 그 고유값에 대응하는 고유함수(eigenfunction)라 한다. 고유함수의 상수배도 고유함수다.
행렬의 고유값 Av=λv(LinearBook 고유값 장)과 같은 모양입니다. 연산자 −dx2d2가 행렬 자리에, 함수 y가 벡터 자리에 있고, 경계 조건이 "어떤 함수들의 공간에서 연산자가 작용하는가"를 정합니다.
증명.λ의 부호로 나눈다. (i) λ=−κ2<0: y=c1coshκx+c2sinhκx. y(0)=0에서 c1=0, y(L)=c2sinhκL=0인데 sinhκL>0이므로 c2=0. (ii) λ=0: y=c1+c2x이고 두 조건에서 c1=c2=0. (iii) λ=k2>0: y=c1coskx+c2sinkx, c1=0, c2sinkL=0. c2=0이려면 sinkL=0, 즉 kL=nπ. ∎
경계 조건이 바뀌면 고유값도 바뀝니다. 같은 방식으로 풀면 다음 표를 얻습니다(구간 [0,L]).
경계 조건
고유값 λₙ
고유함수
n
y(0) = 0, y(L) = 0 (양끝 고정)
(nπ/L)²
sin(nπx/L)
1, 2, 3, …
y′(0) = 0, y′(L) = 0 (양끝 자유·단열)
(nπ/L)²
cos(nπx/L)
0, 1, 2, …
y(0) = 0, y′(L) = 0 (한끝 고정)
((2n−1)π/(2L))²
sin((2n−1)πx/(2L))
1, 2, 3, …
y(−L) = y(L), y′(−L) = y′(L) (주기)
(nπ/L)²
cos(nπx/L), sin(nπx/L)
0, 1, 2, …
노이만 조건에서는 λ0=0과 상수 함수 y0=1이 고유쌍으로 들어갑니다. 양 끝이 단열된 막대에서 "어디나 같은 온도"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상태가 바로 이것입니다. 주기 조건에서는 n≥1마다 고유함수가 둘씩 있습니다. 이것이 다음 절들에서 만날 푸리에 급수의 사인·코사인 짝입니다.
고유값을 슈팅으로 찾을 수도 있습니다. 왼쪽 조건만 맞춘 해 y(x;λ)를 쏘고, 오른쪽 조건이 얼마나 빗나가는지를 λ의 함수로 그리면 그 함수의 0이 고유값입니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λ를 움직여 보세요. 고유값을 지날 때마다 해곡선의 내부 영점이 하나씩 늘어납니다.
그림 15-1. 양끝 고정 문제의 고유함수 sin(nπx/L). n번째 고유함수는 내부에 영점(마디)을 정확히 n − 1개 가지고, 고유값은 n²에 비례해 커진다. 기타 줄의 기본음·2배음·3배음의 모양이다.
SIMULATOR
λ를 쓸어 고유값 찾기: 오른쪽 끝이 맞는 순간
y(x; λ), 왼쪽 조건만 맞춘 해
오른쪽 조건의 어긋남 m(λ)
경계 조건 (L = 1)
λ—
√λ / π—
m(λ)—
내부 영점—
해볼 것: ① 고정–고정에서 λ를 0에서 100까지 천천히 올리며 m(λ)가 0을 지날 때 해곡선의 오른쪽 끝이 축에 닿는 것을 보세요. π² ≈ 9.87, 4π² ≈ 39.5, 9π² ≈ 88.8입니다. ② λ < 0으로 내리면 해가 cosh·sinh 모양으로 휘어 다시는 0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음의 고유값이 없는 이유입니다. ③ 자유–자유에서는 λ = 0이 고유값(상수 함수)입니다. 모델: y″ + λy = 0의 정확한 해. 왼쪽이 고정이면 y(0) = 0, y′(0) = max(1, √λ), 자유이면 y(0) = 1, y′(0) = 0에서 출발합니다.
기둥의 좌굴: 오일러 하중
지름 20 mm, 길이 2 m의 강철 봉
강철의 항복 응력을 250 MPa로 잡으면, 지름 20 mm 봉(단면적 약 314 mm²)은 짓눌려 항복하기까지 약 78 kN을 버팁니다. 그런데 이 봉을 길이 2 m로 세우고 위에서 누르면 4 kN도 안 되는 하중에서 옆으로 휘어 버립니다. 무엇이 이 하중을 정할까요?
길이 L인 곧은 기둥의 양 끝을 핀(회전은 자유, 옆으로는 고정)으로 받치고 위에서 축 하중 P로 누릅니다. 기둥이 옆으로 y(x)만큼 휘었다고 하면, 높이 x의 단면에는 하중 P가 팔 길이 y로 만드는 굽힘 모멘트 M=−Py가 걸립니다. 보 이론에서 곡률은 모멘트에 비례하므로(작은 처짐에서 곡률 ≈ y′′) EIy′′=M입니다. 여기서 E는 탄성 계수, I는 단면 2차 모멘트입니다.
EIy′′+Py=0,y(0)=0,y(L)=0.
λ=P/EI로 두면 정리 15.4의 고유값 문제 그 자체다. P가 고유값에 닿기 전에는 y≡0(곧은 기둥)만 평형이고, 닿는 순간 휜 모양 sin(πx/L)도 평형이 된다.
정리 15.5 (오일러 좌굴 하중) 양끝 핀 지지 기둥이 곧은 평형 말고 휜 평형을 가지기 시작하는 가장 작은 하중은
Pcr=λ1EI=L2π2EI
이다. 다른 지지 조건에서는 L 대신 유효 길이KL을 쓴다: 한끝 고정·한끝 자유 K=2, 한끝 고정·한끝 핀 K≈0.699, 양끝 고정 K=0.5.
더 큰 고유값 4Pcr,9Pcr,…도 휜 평형을 주지만, 하중을 0에서 서서히 올리면 가장 먼저 닿는 Pcr에서 이미 무너지므로 실제로 중요한 것은 첫 고유값입니다. 한끝 고정·한끝 핀의 K는 4계 보 방정식을 풀면 나오는 조건 tankL=kL의 가장 작은 양의 근 kL≈4.4934에서 K=π/4.4934≈0.699로 얻습니다.
예제 15.3 (강철 봉의 좌굴 하중)E=200 GPa, 지름 d=20 mm, 길이 L=2 m인 양끝 핀 강철 봉.
원형 단면의 2차 모멘트: I=πd4/64=π(0.02)4/64≈7.854×10−9 m⁴. 그러면 EI≈1571 N·m².
Pcr=π2(1571)/22≈3876 N ≈ 3.88 kN. 문제 상자의 항복 하중 78 kN의 5%에 불과하다.
길이를 절반(1 m)으로 줄이면 L2이 1/4이 되어 Pcr≈15.5 kN. 같은 2 m라도 아래를 땅에 단단히 묻고 위를 자유롭게 두면(K=2) 969 N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 기둥은 완전히 곧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e0sin(πx/L)만큼 굽은 기둥을 누르면 방정식이 EI(y−y0)′′+Py=0이 되고, 풀면 처짐의 크기가 e0/(1−P/Pcr)입니다. 하중이 임계값에 다가갈수록 처짐이 끝없이 커집니다. 이것이 좌굴이 "갑자기" 오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입니다.
SIMULATOR
기둥 누르기: 하중이 고유값에 닿을 때
기둥 (처짐은 과장해서 그림)
처짐 확대 δ/e₀ = 1/(1 − P/Pcr)
Pcr—
P / Pcr—
최대 처짐 δ—
상태—
해볼 것: ① 양끝 핀, L = 2 m에서 P를 3.88 kN 쪽으로 올리며 처짐이 1/(1 − P/Pcr)로 폭증하는 것을 보세요. ② 같은 하중에서 지지 조건만 바꿔 보세요. 양끝 고정은 핀보다 4배를 버팁니다. ③ L을 두 배로 늘리면 Pcr은 1/4이 됩니다. 모델: 강철(E = 200 GPa), 지름 20 mm 원형 단면, 처음 굽음 e₀ = L/1000을 1차 좌굴 모드 모양으로 가정한 선형 이론. 확대 공식은 양끝 핀에서 정확하고 다른 지지에서는 근사입니다. 재료의 항복과 큰 처짐 효과는 넣지 않았습니다.
스튀름–리우빌 문제와 고유함수의 직교성
굵기가 변하는 막대, 밀도가 다른 줄
단면적이 위치마다 다른 막대의 열 전도, 밀도가 고르지 않은 줄의 진동, 원형 북의 반지름 방향 모양(14장의 베셀 방정식)은 모두 y′′+λy=0보다 복잡한 계수를 가집니다. 고유함수를 식으로 쓸 수 없을 때도 사인 함수가 가졌던 좋은 성질, 특히 "서로 직교한다"는 성질이 남아 있을까요?
정의 15.6 (정칙 스튀름–리우빌 문제)[a,b]에서 p,p′,q,w가 연속이고 p>0, w>0일 때
(각 조건에서 αi,βi가 둘 다 0은 아님)를 스튀름–리우빌 문제(Sturm–Liouville problem)라 하고, w를 가중 함수(weight function)라 한다.
p=1,q=0,w=1이면 y′′+λy=0입니다. 르장드르 방정식 ((1−x2)y′)′+λy=0과 베셀 방정식 (xy′)′−xν2y+λxy=0(14장)도 이 꼴인데, 끝점에서 p=0이 되어 특이 스튀름–리우빌 문제라 부르고 경계 조건 대신 "끝점에서 유계"를 요구합니다. 계수가 y′′+P(x)y′+Q(x)y+λR(x)y=0처럼 주어져도 μ=e∫P를 곱하면 늘 이 꼴로 바꿀 수 있습니다(3장의 적분 인자와 같은 요령).
정리 15.7 (정칙 스튀름–리우빌 문제의 성질)
고유값은 모두 실수이고, 단순하며(고유값 하나에 고유함수는 상수배를 빼고 하나), λ1<λ2<⋯→∞로 늘어선다.
n번째 고유함수 ϕn은 (a,b) 안에 영점을 정확히 n−1개 가진다.
서로 다른 고유값의 고유함수는 가중 함수 w에 대해 직교한다: ∫abϕm(x)ϕn(x)w(x)dx=0(m=n).
셋째 성질의 증명은 짧고, 이 장 전체의 핵심입니다. 연산자 Ly=(py′)′+qy라 두면 부분 적분 두 번으로 라그랑주 항등식을 얻습니다.
∫ab(uLv−vLu)dx=[p(uv′−vu′)]ab.
u,v가 같은 경계 조건 αy+βy′=0을 만족하면 각 끝점에서 벡터 (u,u′)와 (v,v′)가 모두 (α,β)에 수직이라 서로 평행하고, 그래서 uv′−vu′=0이다. 오른쪽이 사라진다.
직교성의 증명.Lϕm=−λmwϕm, Lϕn=−λnwϕn을 항등식에 넣으면 0=∫(ϕmLϕn−ϕnLϕm)=(λm−λn)∫abϕmϕnwdx. λm=λn이므로 적분이 0이다. ∎ 고유값이 실수인 것도 같은 항등식에 u=ϕ, v=ϕˉ를 넣으면 (λ−λˉ)∫∣ϕ∣2w=0에서 나옵니다.
라그랑주 항등식의 오른쪽이 사라진다는 것은 ⟨u,Lv⟩=⟨Lu,v⟩, 즉 L이 경계 조건과 함께 대칭(자기 수반)이라는 뜻입니다. 대칭 행렬의 고유값이 실수이고 고유벡터가 직교한다는 스펙트럼 정리의 무한 차원판입니다.
예제 15.4 (고유값이 고르게 놓이지 않는 로뱅 문제)y′′+λy=0, y(0)=0, y′(1)+y(1)=0.
λ≤0이면 자명한 해뿐임을 정리 15.4처럼 확인할 수 있다. λ=k2>0이면 y(0)=0에서 y=sinkx.
오른쪽 조건: kcosk+sink=0, 즉 tank=−k. 이 방정식은 닫힌 해가 없지만 그래프로 보면 ((n−21)π,nπ)마다 근이 하나씩 있다. 수치로 k1≈2.0288, k2≈4.9132, k3≈7.9787.
kn의 간격은 π가 아니지만, 정리 15.7에 따라 ∫01sinkmxsinknxdx=0이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SIMULATOR
두 고유함수의 곱을 적분하면 0
φm(x), φn(x)
곱 φmφn과 부호 있는 넓이
경계 조건 ([0, 1])
λm—
λn—
∫φmφn dx—
∫φm² dx—
해볼 것: ① m ≠ n이면 곱의 양(주황)과 음(청록) 넓이가 정확히 상쇄됩니다. ② 로뱅에서는 고유값 kn² 사이 간격이 고르지 않고 오른쪽 끝값도 0이 아닌데, 그래도 직교합니다. ③ m = n이면 적분은 ‖φ‖²이고, 사인·코사인은 1/2, 상수 함수는 1입니다. 모델: 로뱅 고유값은 tan k = −k를 이분법으로 푼 값, 적분은 심프슨 공식(1000칸).
함수의 내적과 직교 전개
함수를 성분으로 쪼갤 수 있다면
3차원 벡터 v를 직교 기저 e1,e2,e3로 쓰려면 연립 방정식을 풀 필요 없이 내적 하나로 성분을 읽습니다: ck=v⋅ek/∥ek∥2. 고유함수들이 "직교"한다면, 함수도 같은 방식으로 고유함수 성분으로 쪼갤 수 있지 않을까요?
구간 [a,b]에서 정의된 함수를 무한히 많은 성분을 가진 벡터로 봅니다. 점 x1,…,xN에서의 값 (f(x1),…,f(xN))이 벡터이고, 두 벡터의 내적 ∑f(xi)g(xi)Δx에서 N→∞로 보낸 극한이 적분입니다.
정의 15.8 (함수 내적과 노름) 가중 함수 w>0에 대해
⟨f,g⟩w=∫abf(x)g(x)w(x)dx,∥f∥=⟨f,f⟩w
를 함수 내적(inner product)과 노름이라 한다. ⟨f,g⟩w=0이면 f와 g는 직교한다. 서로 직교하는 함수의 모임 {ϕn}을 직교 함수계라 한다.
f=∑cnϕn이라고 가정하고 양변에 ϕm을 내적하면, 직교성 때문에 m=n인 항 하나만 남습니다. 그래서 계수는 연립 방정식 없이 하나씩 따로 정해집니다.
∥cos∥2=∥sin∥2=L이고 ∥1∥2=2L이라서 a0에 21이 붙는다. a0/2는 한 주기의 평균값이다. ∼은 "이 급수가 대응한다"는 뜻이고, 언제 등호가 되는지는 다음 절에서 다룬다.
짝함수 f(−x)=f(x)이면 fsin이 홀함수라 bn=0, 코사인만 남습니다. 홀함수이면 an=0, 사인만 남습니다. 이 사실을 거꾸로 쓰면 [0,L]에서만 정의된 함수(막대의 온도, 줄의 모양)를 세 가지 방식으로 전개할 수 있습니다.
확장
결과 급수
계수
잘 맞는 경계 조건
홀 확장: f(−x) = −f(x)
사인 급수 Σ bₙ sin(nπx/L)
bₙ = (2/L)∫₀ᴸ f sin(nπx/L) dx
양끝 고정 (y = 0)
짝 확장: f(−x) = f(x)
코사인 급수 a₀/2 + Σ aₙ cos(nπx/L)
aₙ = (2/L)∫₀ᴸ f cos(nπx/L) dx
양끝 단열 (y′ = 0)
주기 L로 반복
완전 푸리에 급수 (주기 L)
정의 15.10에서 2L → L
고리, 주기 신호
이렇게 [0,L] 위의 함수를 사인 급수나 코사인 급수로 쓰는 것을 반구간 전개(half-range expansion)라 합니다. 사인 급수는 표의 첫 고유값 문제, 코사인 급수는 둘째 고유값 문제의 고유함수 전개입니다. 어떤 확장을 고를지는 수학이 아니라 물리적 경계 조건이 정합니다.
예제 15.6 (톱니파와 바젤 문제의 실마리)f(x)=x, −π<x<π를 주기 2π로 확장한 톱니파의 푸리에 급수를 구하라.
f가 홀함수이므로 an=0.
bn=π1∫−ππxsinnxdx=π2∫0πxsinnxdx. 부분 적분: ∫0πxsinnxdx=[−nxcosnx]0π+n1∫0πcosnxdx=−nπ(−1)n.
bn=n2(−1)n+1, 즉 x=2(sinx−2sin2x+3sin3x−⋯), −π<x<π.
해볼 것: ① f = x를 사인 급수로 보면 확장이 x = π에서 뛰므로 수렴이 느립니다. 코사인 급수로 바꾸면 확장이 연속인 삼각파가 되어 몇 항만으로도 거의 겹칩니다. ② f = x(π − x)의 사인 급수는 계수가 1/n³로 줄어 N = 1만으로도 오차가 작습니다. ③ '주기 π'에서는 x = 0, π에서 확장이 끊어지는 함수마다 끝점에서 급수가 두 값의 평균을 지납니다. 모델: 계수는 중점 공식(3000칸) 수치 적분.
수렴 정리와 기브스 현상
불연속을 매끄러운 함수로?
사인 함수는 모두 매끄러운데, 그 합이 사각파처럼 뛰는 함수가 될 수 있을까요? 된다면, 뛰는 바로 그 점에서는 어떤 값으로 갈까요? 그리고 항을 아무리 늘려도 사라지지 않는 뾰족한 귀는 무엇일까요?
정리 15.11 (푸리에 급수의 수렴) 주기 2L인 f가 구간별로 매끄럽다(한 주기 안에서 f와 f′이 유한 개의 점을 빼고 연속이고, 그 점들에서 좌우 극한이 있다)고 하자.
f가 모든 곳에서 연속(주기 확장까지 포함)이면 수렴은 균등하다: max∣f−SN∣→0.
증명은 부분합을 디리클레 핵과의 합성곱으로 쓰는 것이 핵심인데, 길어서 생략합니다(MathBook 푸리에 장에서 핵의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쓸모 있는 것은 매끄러움과 계수 감소 속도의 관계입니다. 부분 적분을 한 번 할 때마다 1/n이 하나씩 나오고, 경계 항이 불연속의 크기를 남깁니다.
주기 확장의 매끄러움
계수의 크기
예
함수가 뛴다 (불연속)
~ 1/n
사각파 4/(nπ), 톱니파 2/n
연속이지만 꺾인다 (f′이 뛴다)
~ 1/n²
삼각파 4/(πn²)
f′까지 연속, f″이 뛴다
~ 1/n³
x(π − x)의 사인 급수 8/(πn³)
무한히 매끄럽다
n의 어떤 거듭제곱보다 빠르게
ecos x
불연속점 근처에서는 특이한 일이 생깁니다. 사각파 f=sgn(sinx)의 부분합은 뛰는 점 바로 옆에서 1을 넘어 약 1.18까지 솟습니다. 항을 늘리면 솟은 귀가 점점 좁아지고 불연속 쪽으로 다가가지만, 높이는 줄지 않습니다. 이것이 기브스 현상(Gibbs phenomenon)입니다.
정리 15.12 (기브스 현상) 사각파 π4∑k홀수≤Nksinkx의 부분합은 x=π/(N+1)에서 첫 극대를 가지며, N→∞일 때 그 값은
π2∫0πtsintdt≈1.17898
로 간다. 즉 점프 크기 2의 약 8.95%만큼 넘친다. 구간별로 매끄러운 어떤 함수의 점프에서도 넘침의 비율은 같다.
정리 15.11과 모순은 아닙니다. 각 고정된 x=0에서는 N이 충분히 크면 귀가 그 점을 지나쳐 가므로 SN(x)→1입니다. 다만 귀가 움직이므로 최댓값은 줄지 않고, 수렴이 균등하지 않습니다. 넘침을 없애려면 높은 차수의 계수를 조금씩 줄여 주는 창(window)을 씁니다. 부분합들의 평균인 페예르 합(Fejér sum)은 계수에 1−n/(N+1)을 곱한 것인데, 넘침이 전혀 없는 대신 점프가 더 무뎌집니다.
SIMULATOR
기브스의 귀: 항을 늘려도 줄지 않는 넘침
계수 처리
최댓값—
넘침 / 점프—
극대 위치—
π/(N + 1)—
해볼 것: ① 확대를 켠 채로 N을 키우면 그림이 거의 그대로입니다. 귀의 모양이 1/N 축척으로 닮은꼴이기 때문입니다. 넘침은 9.4%(N = 5)에서 8.95%로 다가갑니다. ② 확대를 끄면 귀가 점프 쪽으로 좁아지는 것이 보입니다. ③ 페예르로 바꾸면 넘침이 0이 되지만 점프가 완만해집니다. σ 인자(란초스)는 그 중간입니다. 모델: f = sgn(sin x)의 사인 급수, 극대는 (0, 4π/(N+1))에서 촘촘히 찾습니다.
파세발 등식: 에너지는 계수에 나뉘어 담긴다
항 몇 개면 충분한가
신호를 압축하거나 진동을 해석할 때 묻는 것은 "처음 몇 개의 배음이 전체 에너지의 몇 %를 담는가"입니다. 베셀 부등식(정리 15.9)은 계수의 제곱합이 전체 에너지를 넘지 않는다고만 말했습니다. 언제 정확히 같아질까요?
정리 15.13 (파세발 등식)f와 f2이 [−L,L]에서 적분 가능하면
L1∫−LLf(x)2dx=2a02+n=1∑∞(an2+bn2).
사인 급수만 쓰는 반구간 전개라면 L2∫0Lf2dx=∑bn2. 이때 ∥f−SN∥2=2L∑n>Nbn2→0, 즉 부분합은 평균 제곱의 뜻으로 f에 수렴한다.
파세발 등식은 피타고라스 정리의 무한 차원판입니다. 서로 직교하는 성분으로 쪼갠 벡터의 길이 제곱은 성분 길이 제곱의 합입니다. 베셀 부등식이 등식이 된다는 것은 삼각 함수계가 완비하다는 뜻, 즉 빠진 방향이 없다는 뜻입니다. 직교성과 완비성이 함께 있어야 "모든 함수를 전개할 수 있다"가 성립합니다.
같다고 놓으면 n=1∑∞n21=6π2. 오일러가 처음 구한 이 합이 푸리에 급수 한 줄에서 나온다.
에너지 분배: 첫 항 b12=4는 전체 2π2/3≈6.58의 약 61%뿐이다. 같은 계산을 x(π−x)의 사인 급수로 하면 첫 항이 99.86%를 담는다. 매끄러운 함수일수록 에너지가 낮은 차수에 몰린다.
SIMULATOR
계수 막대와 누적 에너지
|bn| (사인 급수, [0, π])
Σk≤n bk² / 전체 에너지
전체 (2/π)∫f²—
Σn≤N bn²—
담긴 비율—
RMS 오차—
해볼 것: ① 사각파에서 N = 1이면 81%, N = 5이면 93%입니다. 남은 7%가 기브스 귀와 점프 근처에 몰려 있습니다. ② 로그 축을 켜면 사각파·톱니는 기울기 −1, 삼각파는 −2, 포물선은 −3인 직선 위에 막대 끝이 놓입니다. ③ 포물선은 N = 1에서 이미 99.86%입니다. 모델: 정확한 계수 공식, 전체 에너지는 해석적으로 계산한 값(2, 2π²/3, π²/6, π⁴/15). RMS 오차는 √((1/π)∫₀^π (f − SN)² dx).
강제 경계값 문제를 고유함수 전개로 풀기
짐을 실은 줄
장력 1로 당긴 줄(길이 π)의 양 끝을 묶고 위치마다 다른 하중 f(x)를 얹습니다. 줄이 탄성 기초 위에 놓여 있거나, 줄 전체가 진동수 μ로 흔들리고 있으면 방정식에 μy 항이 붙습니다. y′′+μy=−f(x), y(0)=y(π)=0. 하중이 복잡해도 풀 수 있을까요? 언제 해가 터질까요?
8장의 강제 진동에서 우리는 입력을 사인 성분으로 나누어 각 성분의 응답을 더했습니다. 공간에서도 똑같이 합니다. 핵심은 고유함수 ϕn=sinnx에 연산자가 작용하면 그냥 수가 곱해진다는 것입니다: ϕn′′+μϕn=(μ−n2)ϕn.
cn=fn/n2=2(−1)n+1/n3. 하중 계수는 1/n로 느리게 줄었지만 해의 계수는 1/n3으로 빠르게 준다. 두 번 적분하면 매끄러워진다.
직접 풀기: 두 번 적분하면 y=−x3/6+Ax+B, 경계 조건에서 B=0, A=π2/6. 즉 y=x(π2−x2)/6.
확인: x=1에서 y=(π2−1)/6≈1.4783이고, 급수 ∑2(−1)n+1sinn/n3도 같은 값을 준다.
SIMULATOR
하중을 모드로 나누어 풀기: μ가 고유값에 다가가면
y(x): 급수 해(주황)와 차분법 해(점선)
모드 계수 cn = fn/(n² − μ)
c₁—
1번 모드 증폭 1/(1 − μ)—
max |y|—
급수 − 차분 (최대)—
해볼 것: ① μ = 0, 고른 하중에서 N = 1만으로도 해 x(π − x)/2와 거의 겹칩니다. 계수가 1/n³로 줄기 때문입니다. ② μ를 1 쪽으로 올리면 c₁만 폭증합니다. 9 근처에서는 3번 모드가 튀어나옵니다. ③ 'sin 2x' 하중에서는 μ = 1을 지나도 아무 일이 없고 μ = 4에서만 터집니다. 하중이 1번 모드와 직교하기 때문입니다(정리 15.14). 모델: 고유함수 급수와, 400칸 중심 차분 + 삼중대각 풀이를 비교합니다. 점 하중은 크기 1의 델타 하중입니다.
이 도구가 쓰이는 곳
경계값 문제와 고유함수 전개는 "공간에 퍼져 있는 시스템"을 다루는 공학의 공용어입니다. 고유값이 시스템의 특성(음높이, 임계 하중, 에너지 준위)을 정하고, 직교 전개가 복잡한 입력을 독립된 모드로 쪼갭니다.
JPEG와 코사인 급수 JPEG 이미지 압축은 8×8 픽셀 블록을 이산 코사인 변환(DCT)으로 바꾸어 높은 주파수 계수를 거칠게 양자화합니다. 사인 대신 코사인을 쓰는 이유가 이 장의 짝 확장입니다. 블록을 짝 확장하면 경계에서 끊김이 생기지 않아 계수가 빠르게 줄고(1/n² 이상), 에너지가 낮은 차수에 몰려 적은 계수로 블록을 잘 나타낼 수 있습니다. 사인 급수를 쓰면 경계의 점프 때문에 계수가 1/n로 느리게 줄고 기브스 같은 고리 무늬가 생깁니다.
상자 속 입자 양자역학에서 폭 L인 상자에 갇힌 입자의 슈뢰딩거 방정식 −2mℏ2ψ′′=Eψ, ψ(0)=ψ(L)=0은 정리 15.4의 고유값 문제입니다. 허용된 에너지는 En=2mL2ℏ2π2n2로 띄엄띄엄하고, 양자점의 크기를 줄이면 에너지 간격이 커져 내는 빛의 색이 파란 쪽으로 옮겨 갑니다.